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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복덕방 돌기’ 극과 극 간접 체험
- 강명연
- 조회 : 1116
- 등록일 : 2015-08-17
‘복덕방 돌기’ 극과 극 간접 체험 | ||||||
[현장에서] 이승주 뉴시스 산업부 부동산팀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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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팀에 배정되고 처음 한 일은 ‘복덕방 돌기(마와리)’였다. 우리나라 집값의 지표라는 ‘강남3구’ 부동산 수십 개를 돌고 또 돌았다. 부동산 취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집 한 채 사지도 못할 것 같은 차림새의 젊은 여자를 귀찮은 듯 쫓아내는 복덕방 아저씨가 한둘이 아니었다. 기 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 나는 ‘강남 사모님’이 돼야 했다. 부자 시댁 덕 좀 본 부티나는 강남 새댁을 연기하며 투자처를 찾듯 취재했다. 그 덕에 동료들 사이에서 ‘복부인’이란 애칭을 얻기도 했다. 지난 3개월 간 취재한 집들은 매매가 10억~13억원을 호가했다. 전세난에 전셋값도 7억~8억원에 달했다. 주말이면 모델하우스도 들렀다. 나는 강남아파트의 몇억원대 오르내림을 기사로 썼고, ‘브랜드 아파트’ 트렌드도 소개했다. 뼈 빠지게 일하고 저축해도 최소 10년 안엔 절대 내돈 주고 살 수 없는 집들이었다. 나는 그렇게 오르지도 못할 나무, ‘남의 집’ 이야기만 주구장창 기사로 썼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복덕방 마와리’ 중, 학교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나 이번에 여기로 이사갈까 하는데, 부동산 기자가 한 번 봐줘” 선배가 보낸 사진 속 방은 특이했다. 굉장히 좁지만 고급스러웠다. 대리석 같은 타일이 바닥에 깔려있고 벽지와 조명도 화려한, 일명 ‘럭셔리 고시원’. 겉은 화려하지만 고시원은 고시원이었다. 방음에 신경썼다지만 여전히 시끄럽고, 창문을 크게 냈다지만 여름이면 냄새가 났다. 다른 곳보다 넓다지만 침대 아래 한 명은 겨우 누울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꼴(?)에 ‘럭셔리’한 만큼 방값은 꽤 비쌌다. 일반 고시원 가격(20만~35만원)의 2배인 55만~70만원. ‘럭셔리 고시원’, 빈곤층의 주거공간에 붙은 어울리지 않은 이름과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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