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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우리 마을 통장님은 ‘아티스트’
- 구은모
- 조회 : 1135
- 등록일 : 2015-06-28
우리 마을 통장님은 ‘아티스트’ | ||||||
[맑은 바람 밝은 달, 그곳에 산다] ⑩ 653예술상회 이종현 작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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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강사가 공짜로 그림을 가르쳐준다는 말에, 선배를 따라 간 곳이 ‘653예술상회’였다. 일 년이 365일이니 숫자를 달리 배치해 특별한 의미를 표현한 이름일까. 예술상회 대표 이종현(47) 작가의 답은 간단했다. “번지수입니다.” 충북 청주시 사직동 653번지, 옛 화교학교 자리에서 공공미술작업을 하고 있는 이 작가를 지난달 22일 인터뷰했다.
댐 건설로 고향 잃은 소년, 미술가 되어 돌아오다 까슬까슬한 삭발의 이종현 작가는 충북 단양군에서 태어났지만 충주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면서 초등학교 때 청주시로 이주했다. 그림이 좋아 서울 홍익대학교 섬유미술과에 진학했고 대학원을 졸업한 뒤엔 학교 근처 작업실에서 줄곧 개인 작품 활동을 했다. 대표적 작업 중 하나가 양서류 공예였다. 가느다란 쇠를 이어 붙여 두 뺨 크기의 도마뱀 모양을 만든 뒤, 도마뱀이 돌을 쥐고 던지는 모습이나 포박당해 옴짝달싹 못하는 모습 등을 만들어 전시했다. 이 작가는 “태초의 인간은 어머니 뱃속에서 자유로운 물고기의 모습이었지만 자궁을 뛰쳐나오면서 번민이 싹텄다”고 말한다. 물과 육지의 경계에 사는 양서류의 불완전한 모습이 고향 잃은 자신과 비슷했던 모양이다. 이 작가는 십여 년 전 작품 팸플릿에 양서류에 대해 이렇게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