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앞으로 찢어진 청바지와 흰색 운동화 차림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섰다. 얼굴이 까맸고 이목구비가 평범했다. 한마디로 멋을 낸 ‘촌놈’ 같았다. 열차를 타고 좌석에 앉았는데 내 왼쪽 앞 건너편 자리에 앉은 그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몸을 나를 향했다. 나의 바로 앞자리에 앉은 자신의 친구와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청년은 수화(手話)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청각장애인이었다. 나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는 때때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도 뒤돌아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의 조용한 대화는 내릴 때까지 계속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학교후배처럼 친근감이 느껴졌다. 이전까지는 장애인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측은한 마음부터 들었다. 내게 장애인은 늘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었다. 그러나 기차에서 만난 청년은 청각장애인이 아니라 여느 학교후배와 같은 활기 넘치는 20대였다. 평소에는 느껴본 적 없는 새로운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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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와 책 <닉부이치치의 허그>. ⓒ CJ엔터테인먼트, Randomhouse | |